돌이켜보면 나는 운이 좋았다. 학교폭력을 가하거나 당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사소한 일들은 있었다. 초등학교 때 골목길에서 중학생 형에게 운동화를 뺏겼다거나(새거였다. 아버지께서 일본에서 사다주신 아식스 흰색 런닝화였다. 이렇게 세세하게 기억하는 걸 보면 아직도 분이 덜 풀렸나 보다), 중학교 때 썩 친하지 않은 아이와 버스정류장에서 투덕거리거나, 고등학교 때 글러브를 끼고 권투흉내를 낸 것 정도였다. 물론 정정당당했다. 3분 3라운드라는 규칙도 정확하게 지켰다. 


그러나 세상에는 나 같은 사람만 있는 게 아니다.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는 이들도 꽤 있다. 이재영 선수가 쏘아올린 학폭은 그칠 줄 모르고 퍼져나가고 있다. 한 때 미투운동이 붐인 적이 있었는데 그 때보다 규모나 확산속도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그도 그럴 것이 학교폭력은 일종의 일상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단지 때리지 않았다고 해서 면피가 되는 것도 아니다. 왕따는 대표적인 예이다. 인간의 속성상 집단을 이루게 되면 당연히 이런 저런 파벌이 생기고 특히 학교처럼 폐쇄적이고 스트레스가 많은 사회에서는 따돌림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해결책도 뜬구름 잡기에 그치고 만다. 


적절한 격리와 분리, 그리고 해당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맞춤 교육만이 정답이다. 비록 지루하고 먼 길일지라도. 개인적으로는 글쓰기 교육도 나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글이란 머릿속에 마구 떠오르는 감정을 정리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곰곰 떠올려보니 뭔가 잘못을 한 아이에게 반성문을 제출하게 한 건 꽤 좋은 방안이었다. 내용을 떠나 최소한 그 시간동안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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