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 : 천상의 음악
존 엘리엇 가디너 지음, 노승림 옮김 / 오픈하우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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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페이지가 넘은 책을 읽는 건 곤욕이다. 게다가 전기나 자서전이라면. 한 사람의 이야기를 끝까지 보아야 하는 곤혹스러움은 상대가 아무리 빼어난 사람이라고 해도 무리다. 스티브 잡스도 간신히 다 읽었다. 천하의 바흐라면 사정이 좀 다를까? 이 책은 한 천재 음악가에 대한 애정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도리어 그의 인간적 결함이나 부족함에도 왜 음악은 그다지도 대단했는지를 밝힌다. 역설적으로 그래서 더 바흐가 위대해 보인다. 애들이 딸린 가장의 비애가 곳곳에 보여서다. 하챃은 말단 관리에게조차 굽실거려야 했으니. 그럼에도 음악적 탁월함을 이처럼 빼어나게 저술한 책은 보기 드물다. 가디너 자체가 지휘자여서만은 아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음악적 환경에서 자란 그에게 바흐는 너무나도 친숙한 존재였다. 비록 바흐의 바이올린 연주를 하지 못해 비올라로 악기를 변경하고 결국에는 지휘자가 되었지만 바흐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멈출 수 없었다. 이 책은 그 결과물이다. 바흐 애호가라면 꼭 읽어야만 한다. 실제로 책을 다 읽고나니 익숙했던 바흐의 음악이 색다르게 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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