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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버리다 -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가오 옌 그림, 김난주 옮김 / 비채 / 2020년 10월
평점 :
이제 하루키는 장인이다. 어떤 글을 써도 독자들의 마음을 울린다. 자신의 아버지 이야기까지. 사실 개인적인 스토리를 공개하는 건 위험부담이 크다. 당사자가 돌아가셨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망자에 대한 도리가 아니랄까? 무라카미는 절묘하게 이 지점을 벗어난다. 분명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무언가 있었을 것 같은데 슬쩍. 도리어 일본군의 사기를 올리기 위해 일부러 죽인 중국군 소년병사의 차분한 모습에 감탄하는 장면을 끼워 넣는다. 전형적인 일본식 물타기에서 작가도 예외가 아니다. 아무래도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점을 빼놓고 글 자체는 빼어나다. 고양이를 버리는 모티브를 중심으로 가족을 끄집어 낸 것도 탁월하다. 문장도 여전히 잘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