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 수집
설동주 지음 / 비컷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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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는 어느 시대나 있었다. 현재에 대한 불만족이 크면 클수록 더욱 커진다. 셜록 홈즈를 보라. 많은 사람들이 이 소설의 배경이 작가가 살았던 시기와 다르다는 건 잘 알지 못한다. 곧 코난 도일은 1920년대에 직전 세대인 빅토리아 왕조를 묘사한다. 영국인들에게는 가장 위대했던 그 때를.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언제가 그런 시대였는가? 자세히 살펴보면 조선을 다루는 역사물을 보면 세종이나 영정조때를 황금기로 그린다. 재미있는 건 비극적인 상황에 대한 언급이 더 많다. 임진왜란이 그 예다. 


그러나 이처럼 아주 좋거나 매우 나쁘지 않은 평범한 시절은 금세 잊혀진다. 을지로도 마찬가지다. 한 때는 온갖 잡동사니 상점이 들어서 있다가 빈 공간에 야외 술집나 힙한 카페가 들어서면서 힙지로라 불리기도 했지만 재개발이 이루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질 운명이다. <을지로 수집>은 마지막 기록이다. 젊은이들이 복고에 대해 갖는 특유의 낭만적인 감성이 곳곳에 보이지만 딱히 감동적이지는 않다. 다분히 피상적이기 때문이다. 레트로라는 말에 속지 말라. 살아보면 얼마나 불편한지 겪어보지 않는 사람은 모른다. 막연히 오래된 것이라 사랑받아야 하는 건 아니다. 그건 무질서의 또 다른 이름이고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기도 하다. 고 박원순 시장 시절의 서울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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