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소소설 대환장 웃음 시리즈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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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지하철을 탔다. 근 20년 이상. 심지어는 전차와 버스를 갈아타고 편도 2시간 이상 걸리는 곳까지 일하러 다녔다. 늘 우울했다.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눈을 질끈 감았다. 어떤 생각도 떠올리려 하지 않았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달랐다. 현실 속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어렵사리 자리를 찾아 앉은 남자. 그에게 뺏겨 화가 난 인간, 그 인간의 입에서 나는 불고기 냄새에 고개를 돌리고 있는 여인, 학생 앞에 자리 잡고 계속 텔레파시를 보내는 할머니, 억지로 엉덩이를 비집고 들어앉은 아줌마, 건너편 육감파 미니스커트 차림의 여대생 다리에 시선이 꽂힌 중학생, 그 옆에서 경제신문을 보는 척하며 시선을 흘리는 아저씨, 그를 거슬리게 바라보다 앞자리 같은 여성의 허벅지에 꽂힌 옆자리의 백수. 아, 저질 변태. 임산부를 바라보는 불편한 눈들. 어쩌면 일본의 지하철은 우리와 이다지도 비슷한가? 


오늘은 오랜만에 3호선에 올랐다. 코로나가 다시 창궐한다는데 왜 이다지도 사람들이 많은 거지. 절로 짜증이 난다. 마스크로 무장한 채 행여 오해받을세라 한껏 팔짱을 끼고 최대한 공간을 좁히고 있는데 앞에 서있던 여성이 흘낏 나를 쳐다본다. 눈매가 날카롭다. 흥 하다니 재빨리 다른 곳으로 옮긴다.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대체 나를 뭐로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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