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지음, 함규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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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덜의 교언영색


한 때 정의 붐이 몰아친 적이 있다. 마이클 샌덜 때문이다. 하버드 교수인 그는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으로 인기를 끌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강의내용을 모은 것이다. 그는 책머리에서 재난지역에서 생필품을 비싸게 파는 현상을 보고 개탄한다. 이게 과연 공정한 것이냐? 마이클 조던도 소환한다. 아무리 그의 농구실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천문학적인 돈을 벋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 것 아니냐? 사이다 발언 덕에 그의 인기는 올라갔고 한국에서의 위치도 높아졌다. 매년 강연을 오고 최근에는 설을 맞아 티브이 특집 프로그램에 출연까지 했다( 제이티비씨 차이나는 클라스).


이번에도 어김없이 장기를 발휘했다. 책 제목도 공정하다는 착각이다. 예를 들어 하버드 대학 신입생을 일정한 자격을 거친 선발자들을 대상으로 제비뽑기를 하자. 선택된 사람은 자신의 실력 때문만은 아니라는 생각에 겸손해질 테고 떨어진 이는 운이 없었으니 스스로를 자책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얼핏 들으면 그럴듯한 말이지만 패널 중 한 명의 우스갯소리에 실체가 드러나고 말았다. 그러면 제비뽑는 학원이 생길걸요?


샌덜의 말과 글을 일컫는 한자성어가 있으니 그것은 교언영색巧言令色이다. 말 그대로 말을 교묘하게 하여 논리와 문장의 얼굴빛을 꾸미고 있다. 그의 자식 둘 다 하버드 대학을 나오고 한 명은 같은 대학의 사회학과 교수이고 다른 이는 아프리카에서 침팬지를 연구하고 있다는 사실은 드러내지 않은 채. 마이클은 두 아들에게 경쟁을 강요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이 둘은 타고난 천재인가?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집안에서 태어난 덕은 아닌가? 차라리 드라마 팬트하우스의 등장인물들처럼 자신의 욕망을 숨기지 않고 꼭대기에 오르려 치고받으며 싸우는 게 더 인간적이고 공정한 것 아닌가? 샌덜의 주장은 개천에서 잘 놀라는 누군가의 말이 떠오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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