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지음 / 김영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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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냄새가 먼저 마중 나와서 내가 가야 할 반 지하 주택 앞으로 친히 안내했다. 전등은 켜지지 않았다. 요금 미납으로 인한 전기 공급 중단이라면 새삼스럽지 않다.” 


내가 죽고 난 다음을 상상해 보자. 이런 저런 골치 아픈 일들이 많겠지만 그 중에는 유품정리도 있을 것이다. 딱히 쓸 만한 물건들이 없다면 죄다 버리라고 하겠지. 돈이 아닌 이상 꺼림직하기도 하고. 유족은 대행업체를 부른다. 싹 다 치우세요. 직원인 그는 혹은 그 여자는 집안을 둘러보며 한마디 할 것이다. “참 지저분하군요. 책만 잔뜩 있고” 그리고 짤막하게 글를 써서 파일로 저장해놓을 것이다. 여기 저기서 줏어들은 겉멋 잔뜩 밴 문장들을 인공양념처럼 첨가해서 언젠가 책으로 내야지. 김완의 글에는 죽은 자에 대한 예의가 없다. 변호사나 의사가 아니니 사생활을 보호해야 할 의무는 없지만 이렇게 밍자를 모욕하는 내용을 뻔뻔하게 써내다니. 특이한 소재에 이색 직업이라 팔릴 줄 알았겠지만 당신은 사람을 판단할 권리가 없어. 비록 죽었다고 하더라도. 어떤 삶을 살았을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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