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특이한 나라다. 아직도 여왕이 있고 귀족들이 존재한다. 일부 다른 국가들도 비슷한 사례가 많지만 누리는 권력은 비할 바가 못 된다. 아무리 정치 간섭을 배제한다고 해도 그건 말뿐 실제로는 여전히 막강함 힘을 발휘한다. 스캔들이 잦은 것도 그만큼 파워가 있다는 반증이다. 특이한 건 대다수 국민들이 이 체제를 따르고 있다. 심지어 사랑하고 존경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청교도 혁명 영향도 있다. 


1649년 크롬웰이 이끄는 시민군은 찰스 1세를 처형하고 공화정을 수립하였다. 부패한 왕정에 신물이 났던 백성들은 환호했다. 새로운 세상에 대한 갈망도 컸다, 그러나 크롬웰은 스스로를 호국경이라 칭하며 입법, 사법, 행정, 군사 등 모든 권한을 거머쥐었다. 이른바 독재자가 된 것이다. 일시적인 혼란기라면 이해가 갈 법도 하다. 문제는 일반 국민들의 사생활까지 간섭했다. 곧 문란하다고 생각되는 모든 행위를 금지시켰다. 여기에는 술을 마시거나 춤을 추는 것까지 포함되었다. 청교도 기준에 어긋나는 행동 일체를 적폐로 몬 것이다. 영국인들은 왕정을 그리워하기 시작했다. 그 때가 더 살기 좋았어. 결국 청교도 혁명은 1660년 막을 내렸다. 불과 정권을 잡은 지 10년을 갓 넘긴 시기였다. 


영국은 다시 왕정으로 돌아갔다. 그 모습은 과거와는 달랐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왕당파와 의회파는 서로간의 합의를 거쳐 권력을 나누어 가졌다. 이 형태는 아직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아마 앞으로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그만큼 공포정치의 폐해가 심했다는 말이다. 4백 년이 훌쩍 지났는데. 만약 크롬웰이 나라를 잘 이끌어갔다면 우리에게 익숙한 영국은 아마 먼 옛날 유물로나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굳이 청교도 혁명을 주제로 글을 쓰는 이유는 현재 우리나라 상황과 흡사해서다. 정직하게 말해 운동권 세력이 정권을 잡는 건 비상시국에서나 가능하다. 마치 군인이 쿠데타를 일으키는 것과 마찬가지다. 여기에는 보수 세력의 책임도 크다. 기득권과 결탁하여 오랫동안 큰 이득을 누려온 업보다. 그 결과 상식적이고 건전한 진보의 싹이 죽었고, 모두 지하로 내려갔다. 이들은 저항정신이 무기였기에 제대로 된 집권 경험이 없었다. 


한국에서 운동권이 본격적으로 정권을 잡은 건 노무현 때였다. 그의 집권 5년은 내내 혼란스러웠다. 지지자인 내가 보기에도 그랬다. 이후 이명박과 박근혜가 연거푸 대통령이 되면서 퇴행적 보수가 득세하였다. 만약 그 때 물갈이를 하고 합리적인 보수집단이 정치를 이끌어갔다면 촛불시위도 없었을 것이고 문재인의 등장도 어려웠을 것이다. 문재인은 준비가 안 된 대통령이었다. 구태 보수에 등 돌린 시민들의 열망을 안고 리더 자리에 올랐을 뿐이다. 완장을 찼다면 그게 걸맞은 일을 하든지 아니면 조금씩 보완하면 되었을 텐데. 그래도 사람들은 더 좋아했을 것이다. 전 정권에 워낙 실망한 상황이라. 본인이 부족하면 능력 있고 양심적인 사람들을 주변에 배치하면 되었을 텐데 그마저도 외면했다. 그나마 있던 몇몇 소수의 사람들도 욕보이고 쫓아내기 급급했다. 실패한 사례도 있지만. 이유는 알아서 판단하시라. 


대신 이왕 획득한 권력 마음껏 휘둘러보자하며 내달리기 시작했다. 마치 크롬웰처럼.  국민들을 상대로 기합주는 정책을 케이 방역 운운하며 자화자찬한다. 이미 물건너간 소리다. 불행한 건 민주당이 재집권을 하느냐 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진보정권에 넌덜머리가 난 사람들이다. 무능하고 싸가지 없음으로 대표되는. 과연 보수는 이 틈을 노리고 준비를 잘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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