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사 크리스트는 살인은 습관이라고 누누이 강조했다. 그러니 추리서설의 여왕이라 불리겠지. 실제로 살해를 포함한 강력 사건의 범인들 모습은 우리들의 예측을 빗겨간다. 뭔가 흉악하고 무섭게 생겼을 것 같지만 직접 보면 너무나 평범해서 놀란다. 적어도 겉으로는. 왜 그럴까? 그들에게 범죄는 익숙한 일이기 때문이다. 곧 특별히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저지른다. 마치 사람들이 아침에 일어나면 화장실에서 양치질을 하듯. 중요한 건 살인이 아니라 습관이다. 뭐든지 자주 하면 일상이 된다. 달리 말하면 좋은 일을 몸과 마음에 새겨놓는 게 핵심이다. 


앞이빨 하나가 부러진 게 이정도로 심각한 영향을 미칠 줄 몰랐다. 당연하다. 이전에는 그런 경험이 없었으니까. 그러나 직접 당해보니 불편함을 넘어 정신건강도 불안정해진다. 괜히 이빨 빠진 호랑이겠는가? 신체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극도로 예민해진다. 가짜 이빨을 대신 끼울 다음 주까지는 어떻게 해서든 버텨야 한다. 사실 그 날이 생이빨을 합쳐 두 개의 치아를 뽑아야 하는 극강의 공포를 체험할 날임에도. 그럼에도 변함없이 지키는 건 하루하루의 루틴이다. 심지어 이빨이 부러진 걸 확인하고도 바로 아파트먼트 계단을 삼십분 쯤 오르락내리락했다. 참고로 작년 10월 31일부터 단 하루도 빠지지 않았다. 심지어 집을 비운 날도 근처 빌딩을 찾아 계단을 걸었다. 독하다면 독한 거지만 그냥 세수하듯 습관적으로 그 시간이면 바로 튀어나갔다. 코로나로 실외 활동이 줄어들어 대안으로 택한 운동이었는데 이제는 그냥 평범한 일상이 되어버렸다. 살인이라는 단어 대신 계단 운동을 집어넣은 결과 몸무게가 빠진 것은 물론이고 바이러스 발병 이전보다 건강이 더 좋아졌다. 이빨이 빠지건 말건 이 짓은 계속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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