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이빨이 깨졌다. 구체적으로 아래 가운데 자리한 치아다. 직접 원인은 식당에서 먹은 꽃게 때문이었다. 연휴가 끝나자마자 부랴부랴 치과에 다녀왔다. 참고로 환자들이 밀려 예약이 매우 어려웠다. 결과는 예상보다 심각했다. 처음엔 조각이 난줄 알았는데 완전히 부러졌다. 곧 남은 치아를 다 제거하고 새로 심어야 한다. 게다가 지지대 역할을 하기 위해 옆에 있는 멀쩡한 이빨까지 뽑아야 한다. 급하게 본을 뜨고 나서 추후 일정을 물어보니 앞으로도 서너 번은 더 와야 한다. 낭패도 이런 낭패가 없다. 다행이라면 오랫동안 내 치아를 봐주는 곳이라 안심이 되고 비용도 양심적이다. 그럼에도 우울함은 변함이 없다. 정직하게 말해 치과에 가기 전 날 밤 빠진 이빨 사이로 드나드는 공기를 혀로 느끼며 자살충동까지 일었다. 아마도 이제 즐거움은 사라지고 오로지 늙고 병들 육신밖에 남아있는 게 없음을 정신도 깨달았기 때문이리라.
덧붙이는 글
잠시 망설이다 식당에 전화를 걸었다. 바로 답을 주진 않았다. 사장이 따로 전화를 한다고만 알려왔다. 저녁 무렵 통화를 했다. 약 삼십 분에 걸친 이야기 끝에 내린 결론은 주인의 진심어린 사과와 최소한의 보상기준 마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