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잡사 - ‘사농’ 말고 ‘공상’으로 보는 조선 시대 직업의 모든 것
강문종 외 지음 / 민음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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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듯이 조선시대에도 분명히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일하고 있었을 것이다. 비록 인터넷이나 휴대폰은 없었겠지만. 사실 그리 오래전 일도 아니다. 불과 오육백 년 전이다. 


그러나 왕조나 사대부들 이야기 말고는 잘 모른다. 역사는 승리자의 기록이라더니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백성들의 속사정은 그대로 묻히고 말았다. 다행히 조선은 기록을 중시했다. 그리 많은 분량은 아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평민들의 일상이 보인다. 과연 그들은 어떤 직업을 갖고 있었을까? 


<조선잡사>는 이러한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시켜주다. 일하는 여성, 극한 직업, 예술가, 기술자. 전문직, 상인, 사기꾼 등 분야도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흥미로운 건 오늘날까지 건재한 일자리들이다. 조선의 부동산 중개업자인 집주릅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 때나 지금이나 서울은 노른자 땅이었다. 어떻게 해서든 한성에 집 한 칸이나마 마련하려는 경쟁이 치열했다. 중개업자들은 이 틈을 비집고 큰돈을 벌었다. 급기야는 단체를 조직해 큰 손 노릇을 하기도 했다. 오늘날과 거의 다름이 없다. 


개인적으로 특이한 직업은 외지부다. 백성들의 소송을 대리해주던 일종의 법률 전문가였다. 네 죄를 알렸다 식으로 무조건 잡아들였을 것 같았는데 사실 조선은 귀천을 떠나 모두가 자유롭게 소장을 제출할 수 있도록 했다. 심지어 여인이나 노비까지도. 문제는 이들이 글을 몰랐다. 한문으로 엄격한 형식에 맞추어 소장을 작성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외지부는 이 역할을 대신했다. 놀랍게도 조선시대 소송은 세 차례나 진행되었다. 두 차례 승소해야 사건이 마무리되었다. 만약 판결에 불복하면 상급기관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었다. 조선은 그리 만만한 나라가 아니었다. 이밖에도 소설을 읽어주거나 곤장을 대신 맞아주는 등 흥미로운 일자리를 발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직하게 말해 잡사雜史라는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같은 사람이 있을까봐 Job이라는 영어를 덧붙이기는 했지만 왠지 웃기지 않는 개그를 본 기분이 든다. 직업의 귀천을 떠나 모든 일자리가 사회에 필요하다면 성스러운 일이 아닐까? 적어도 마음속으로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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