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다이어트 


넌 뭐가 되고 싶니? 라는 말을 들을 나이는 지났다. 아무리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데는 다 때가 있다. 만약 이 규칙을 어긴다면 바로 뉴스감이다. 예를 들어 90살 노인이 대학에 들어간다거나 혹은 자동차 면허를 처음 딴다든지. 사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이들은 극히 드물다. 대부분은 상황에 맞춰 살아가고 그렇게 맡은 일을 천직처럼 여긴다. 전혀 나쁜 일이 아니다. 하고 싶은 걸 반드시 해야만 한다는 사회적 압박이 낳은 헛소리다. 


그러나 설령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하기 싫은 건 귀신같이 찾아내는 게 사람의 속성이다. 단지 게을러서가 아니다. 누구나 뭔가 나와 맞지 않는다는 신호는 직감적으로 깨닫게 된다. 나도 그렇다. 남들이 원하는 대로 무난히 성장한 편이지만 대학에 다닐 때부터 왠지 내게 맞지 않는 옷이라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 그런 굴레에서 벗어나기까지 꽤 오래 세월이 흘렀다. 생계를 위해, 가족의 눈치로, 남의 눈 때문에, 사회적 처신을 위해 참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 너무 의지가 부족한 게 아닌가라는 자책도 했다. 다른 사람들은 다 견디는데 너만 왜? 유독.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힘들었고, 그들 또한 나를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결심했다. 하고 싶은 일을 찾기보다 하기 싫은 걸 하지 말자. 쉬웠다. 문제는 실천. 조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하기 싫은 일을 하나씩 지워나갔다.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먼 길을 처음부터 무리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 나는 막상 하고 싶은 일은 거의 없다. 순간순간 떠오를 뿐이다. 하기 싫은 건 여전히 많다. 다행이라면 과거에 비해 상당히 줄었고 계속 진행 중이다. 언젠가 마음의 다이어트가 완성될 그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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