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는 모든 기억이 생생하다. 그중에서도 죽음은 늘 일 순위를 차지한다. 오죽하면 스티븐 킹은 아예 소설 제목을 <시체The Body>로 지었겠는가? 열두 살 아이들이 발견한 사체는 평생 그들의 삶을 지배할 것 같았다. 그만큼 큰 충격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 많은 일들이 무뎌지게 마련이다. 살아온 날들보다 살아갈 세월이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남는 건 후회와 회환뿐이다. 그 결과 젊었을 때는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생각도 떠올린다. 죽고 나서 나는 어떻게 기억될까? 사실 죽으면 그만이지만 어떤 형태로든 흔적은 남기 마련이다. 위인까지는 아니더라도 좋은 추억으로만 기억되기를 바라는 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현실은? 해는 또다시 떠오르고 길은 막히고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떠들며 하루를 보낼 것이다.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다. 악플보다 무플이 두려운 것처럼. 그럼에도 망상에 젖는 이유는 살아있음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매순간 잘살고 있는지 끊임없이 물어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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