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안부를 주고받지 못하던 사람에게 메일이 왔다. 근 7년 만이다. 반가우면서 죄송스러웠다. 일 때문에 살갑게 대했던 이들인데 업무를 마치자 어느새 관계가 느슨해져버렸다. 하루쯤 묵혔다가 답장을 했다. 내가 쓴 글도 보고 싶다고 하여 블러그에 올린 글도 첨부했다. 사진과 함께. 시차를 둔 이유는 크게 고쳐 썼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그냥 보내려고 했으나 다시 읽어보니 어설픈 구석이 너무 많았다. 마치 아마추어가 감정과잉상태로 끄적인 느낌이었다. 묘사도 구체적이지 않고 전달하려고 하는 의미도 불분명했다. 결국 대여섯 번이나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다. 그러다 깨닫는다. 내 글을 누가 읽는지 알게 되면 아무래도 더 신경이 쓰이는군나. 실제로 역사상 빼어난 글들은 모두 그랬다. 불특정 다수가 아닌 명확한 독자를 설정하고 바로 옆에 있는 듯 한 느낌으로 작성했다. 작가 중의 작가라는 헤밍웨이도 그랬고 단문의 미학을 극대화시킨 레이먼드 카버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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