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부자집


“계단을 올라갔다. 폭이 넓은 나무 난간은 모서리를 둥그스름하게 다듬어 손에 닿은 감촉이 매끈매끈한 게 기분 좋았다. 계단참에서 이웃집의 커다란 단풍나무가 보였다. 그곳에서 꺾어져 이층으로 올라가자 조그마한 방이 나왔다.”_마쓰이에 마사시,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


지난 주말 친척 집에 다녀왔다. 집안 어른의 생신이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모두 모이지는 못했고 직계만 5인 이하에 맞추어 방문했다. 방역이 완비된 바깥에서 식사를 하고 집에 다시 돌아왔다. 2층짜리 단독주택. 어느덧 요즘은 보기 드문 집이 되어버렸다. 어르신은 거동이 불편해 대신 집안을 둘러보며 정리정돈을 해드렸다. 세라도 놓아 생활비에 보태려고 2층은 따로 분리해놓았다. 최근에 지병이 악화되어 빈 채로 있다. 일단 발코니에 쌓인 눈부터 치우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보았다. 언제나 느끼지만 이층의 햇살만큼은 자부하는 집이다. 남향이고 주변에 거치적거리는 건물이 없는 덕이다. 방 2개, 가실 하나, 부엌은 옛날 집답게 따로 문이 달려있는 북향, 그리고 그 옆에 화장실. 집장사들이 지은 그저 그런 흔한 집이다. 그럼에도 왠지 정감이 가고 벌써 아쉽다. 길 건너편이 재개발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언제 이 집도 철거위기에 닥칠지 모를 일이다. 오래 사신 처지에서야 어서 빨리 새 집에 살고 싶은 욕구가 더 크겠지만. 


돌아와 마쓰이게 마사시의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을 다시 읽는다. 고급 맨션에 살던 중년의 편집장은 이혼을 계기로 지은 지 50여 년은 족히 넘어 보이는 집에 들어가 살게 된다. 이것저것 귀찮은 일투성이지만 스스로도 안다. 이렇게 땀 흘려 손보고 살피는 것이야말로 지금 자신에게 큰 축복임을. 


* 직접 찍은 사진입니다. 인용하시려면 허락을 받고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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