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구경만큼 즐거운 일도 없다. 게다가 바이러스까지 닥쳐 관심은 더욱 커져간다. 아무래도 실내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기 때문이다. 방송이 이 기회를 놓칠 리 없다. <구해줘 홈즈>를 포함한 다양한 집 관련 프로그램들이 늘고 있다. 멋진 인테리어와 기가 막힌 풍경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럴 때마다 의문이 든다. 왜 책들이 없지? 물론 장식용으로 몇 권의 서적들은 눈에 보이지만 도서관을 방불케 하는 서재 같은 집은 거의 본 적이 없다. 


사실 현대인들에게 책은 더 이상 오락거리가 아니다. 휴대전화 하나만으로도 몇 시간은 거뜬히 때운다. 그 정도는 아니지만 나 또한 책에서 서서히 멀어지고 있다. 비록 버리지는 못하지만 새로 책을 산다거나 하루 종일 서적에 파묻혀 지낸 기억이 최근에는 거의 없다. 정직하게 말해 부끄럽지는 않다. 내게 책은 적당한 유흥이었기 때문이다. 훨씬 더 재미있고 자극적인 동영상이 있는데 굳이. 오랜만에 세 시간 가량 다른 일은 하지 않고 책만 읽었다. 공간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와이파이도 잘 터지지 않는 곳이었다. 이런 때를 대비해 책 한 권 정도는 늘 가방 안에 넣고 다니는데, 아주 운이 좋았다 아니 나쁜 건가? 여하튼 다른 방해 없이 책을 읽고 난 소감은 느리지만 만족감은 더 크다는 확신이었다. 책을 손에 들기까지 수많은 난관이 있지만 천천히 읽어나가다보면 나도 모르게 머리가 맑아진다. 그만큼 생각이 깊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당장 하루에 특정 시간을 정해 책을 읽을 계획은 없다. 책읽기가 강제가 되는 순간 뇌는 사고를 정지 당한다. 대신 티브이를 멀리 하고 휴대전화의 전원을 끄고 음악이 나오는 라디오 채널을 맞추고 편한 마음으로 의자에 앉아 책표지를 가만히 쓰다듬으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애틋한 감정이 싹터 최소한 한 두 페이지라도 들춰보게 되지 않을까? 만약 단 한 장도 넘기지 못해도 상관이 없다. 최소한 온각 시각적 자극과 소음으로부터 자유로워져 몸과 마음은 쉴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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