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라서 안되는 게 아니라 능력이 없어서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가 음악이면 일단 반은 눈감아준다. 아무리 형편없더라도 음악은 남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래 하나로 기억되는 경우도 꽤 된다. 야구도 마찬가지다. 음악에 비해서는 형편없이 비중이 적지만 야구를 짧게 다루기만 해도 평가를 달리한다. 허무맹랑한 <내추럴>을 보면서도 쾌감을 느꼈을 정도니까. 참고로 이 영화의 야구 장면은 최악이다. 홈런을 친 볼이 조명에 맞으며 불꽃놀이가 벌어진다. 어렸을 적 극장에서 관람하면서도 허무맹랑했던 기억이 난다.


<야구소녀>를 보았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여자가 야구를 하는 영화다. 소재 자체가 특이한 건 아니다. 여자도 야구를 하고 있으며 심지어 국제대회까지 있다. 그러나 프로야구에서 여자가 야구를 하는 사례는 단 한건도 없다.보다 역사가 긴 미국이나 일본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는 이런 편견(?)에 맞서 싸운다. 실제로 여자가 프로에 들어가지 말라는 법은 없다. 1996년 규정이 바뀌어 가능해졌다. 그렇다면 왜? 안타깝지만 실력이 달리기 때문이다. 동일한 잣대를 기준으로 선발했을 때 남자선수의 능력을 뛰어넘는 여자는 나오지 않았다. 곧 여자라서 안되는 게 아니라 능력이 없어서다.


감독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강박적인 패미의 서사를 거부하고 그렇다고 어설픈 감동도 짜내지 않는다. 극히 사실적으로 문제를 다루고 있다. 동병상련을 앓았던 코치와의 만남을 계기로 목표에 한 발짝씩 다가가는 성장스토리로 몰아간다. 이 부분이 크게 와 닿았다. 주인공 주수인 역을 맡은 이주영은 당차면서도 섬세하게 스스로를 잘 표현하고 있다. 동시에 갈등의 축이었던 엄마 염혜인도 인생 연기를 선보인다. 다만 비시즌 기간에 촬영하여 야구 자체의 극적인 재미는 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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