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무슨 난리가 난 줄 알았다. 조용하던 동네가 갑자기 아이들의 웃고 떠드는 소리로 떠들썩해졌기 때문이다. 할로윈데이 인가라고 생각해 보았지만 아직도 보름 남짓 남았으니 그건 아니고 대체 무슨 일이지? 내 우려는 아랑곳하지 않고 소음은 저녁 무렵까지 이어졌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마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창밖을 열어보았다. 사방은 조용했다. 대체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뭐에 홀렸나?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고 열심히 일을 하고 겨우 한숨을 돌리려는데 마치 지진의 전조를 알리듯 수군수군 대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왁하고 소음이 쏟아져 나왔다. 시계를 보니 오후 3시 30분. 그 때서야 깨달았다. 아, 어제부터 애들이 학교에 가기 시작했구나. 하교 시간에 맞춰 단지 내 놀이터에서 애들이 뛰어놀고 있구나.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들도 덩달아 나와서.


그러고 보니 거의 8개월가량 학교가 문을 닫았다. 그 전에는 겨울이었으니 바깥에서 노는 아이들도 없었고. 나도 모르게 어느새 아이들이 사라진 세상에 적응해 있었다. 오후에 아이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까마득한 과거가 되고 만 것이다. 지방에서 일을 마치고 집에 들러온 나를 반기는 소음은 여전히 까르륵 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다. 거실에서뿐만 아니라 내 방에서도 잘 들린다. 오히려 거실에서는 꽤 먼 거리의 놀이터에서는 스테레오로 울렸다면 방 앞 놀이터는 규모는 작지만 바로 앞이라 원음 그대로 생생하다. 정직하게 말해 적응이 잘되지 않는다. 귀에도 거슬린다. 그럼에도 아이들의 소리는 사회가 정상으로 돌아가는 신호 같아 반갑다. 부디 코로나 19도 사라지기를 바란다. 너무 오래 우리 곁에 머물러 있다 마스큰 쓴 일상이 자연스러워져 도리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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