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세의 현역


트롯하면 떠오르는 건 멀미다. 어릴 때 버스만 타면 들리곤 했던 노래들이 죄다 그랬다. 불행하게도 난 차만 타면 어지러웠다. 이 두 연결고리는 아직도 강력하다. 오죽하면 전국민중 절반이 시청했다는 미스터 트롯의 짤조차 눈에 담지 않았다. 나훈아 콘서트를 보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한국방송공사에서한 대한민국 어게인이라는 프로그램이었다. 2005년 이후 첫 등장이고 다시보기 서비스가 없는 단 한 번의 공연이라는 선전 덕에 나 같은 사람도 티브이 앞에 앉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는 노래를 잘했고 무대장악력도 빼어났다. 개인적으로는 나같이 트롯에 관심 없는 사람들도 알만한 노래들이 흘러나오는 1부가 더 좋았지만. 정작 놀란 건 나훈아의 소신발언이다. 누가 들어도 현 정권을 비판하는 멘트였다. 살짝 놀랐다. 공중파를 포함한 대부분의 매체가 친 여권으로 돌아선 건 상식이 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이전 정부도 마차가지다. 그 누구도 집권한 정당에 반하는 목소리를 정부 편에 선 방송에서 한 적은 없다, 고 나는 기억한다. 나중에 알아보니 출연료를 받지 않는 대신 무편집을 요구했다고 한다. 나훈아 정도 급의 가수가 그렇게 말하는데 마다할 방송국은 없었으리라. 공연이 끝나고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역시나. 이런 저런 논란이 있겠지만 훈장을 마다한 그의 의지만큼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예술가에게 명예를 부여하는 것은 현역에서 물러나라는 말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가수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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