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다. 매년 오는 명절이지만 올해는 남다르다. 코로나 때문이다. 예년과 달리 고향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분위기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나는 한가위를 좋아했다. 오랜만에 친척을 만나서는 결코 아니었다. 도리어 스트레스였다. 가장 큰 즐거움은 날씨였다. 가을의 절정을 만끽했다. 그야말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 맘때같기만 하다면. 소소한 기쁨도 빼놓을 수 없다. 명절을 앞두고 받아보는 신문의 티브이 편성표는 보기만 해도 풍성했다. 사훌 혹은 나흘간 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선물처럼 빼곡히 적혀 있었다. 형광펜을 꺼내 그 많은 방송 중 꼭 봐야만 하는 보석을 골라내는 게 살짝 서글펐지만. 지금이야 누가 그러냐 싶지만.
밀린 신문을 정리하다 오늘 배달된 특집편을 보니 역시나 편성표가 있었다. 과거와 달리 넷플릭스의 볼거리도 포함되어 있어 더 뿌듯했다. 그러나 웬일인지 정작 오늘자 티브이는 빠져 있었다. 이상하다 싶어 신문을 죄다 뒤져보았지만 없다. 그러고 보니 평소에도 방송표는 본 적이 없네. 물론 신문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구독하는 한국일보에는 없다. 옛날에는 무조건 가장 뒷면 보기 좋은 자리에 한 장 가득 티브이 편성이 있었는데. 아무튼 덕분에 옛 추억도 되살리고 오랜만에 볼만한 프로그램에 동그라미도 치며 살짝 설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