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소설 읽는 노인 열린책들 세계문학 23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정창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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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고통스러운 순간이 있다. 제각각 받아들이는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 중 으뜸은 치통이다, 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이가 좋지 않았다. 유전적 요인이 컸다. 첫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여전히 두렵고 공포스럽다. 치과에 가는 길부터가 무섭다. 그 날은 세상의 종말을 맞는 듯 한 느낌이 든다. 그렇게 조린 가슴을 부여잡고 병원 문을 열면 지옥이 시작된다. 치과 특유의 약품냄새와 이를 갈면서 내는 기계소음이 어우러져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게다가 옛날에는 치과의사는 왜 다들 클래시컬 음악을 좋아했던지. 간혹 바이올린 음악이라도 들리면 바로 죽음이었다.


왜 소설 이야기를 하면서 치과를 계속 언급할까? 지금까지 읽은 작품 중 치통을 이토록 생생하게 묘사한 작가를 만나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칫 로맨틱하게 들리는 <연애소설 읽는 노인>이라는 제목을 보고 이 책을 읽게 되었다면 제대로 낚인 것이다. 거칠고 투박하지만 원래의 모습을 가고 있는 자연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 가운데에는 이가 아파 고생하는 늙은이도 포함된다.


어제 치과를 다녀왔다. 땜질한 곳이 떨어져 나가서다. 또다시 불안감이 엄습했지만 시간 끌지 않고 바로 예약했다. 경험상 끌면 끌수록 더욱 괴로운 질병이 치통임을 알기 때문이다. 언제나 그렇듯 의사 선생님은 별 일 아니라는 듯 안심시키며 단박에 문제를 해결했다. 그리고 당부했다. “살릴 수 있는 데까지 최대한 살려서 써보자구요.” 참 양심적인 분이다. 괜히 10여 년 이상 다니겠는가? 멀어지고 나서도. 노인도 이 분을 알았다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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