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간호사들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예전 티브이를 보면 앞면이나 뒷면에 콘트라스트 버튼이 있었다. 화면의 밝기를 조절하는 기능이었다. 곧 지나치게 어둡다 싶으면 오른쪽으로 돌려 밝게 보곤 했다. 물론 반대도 가능하다. 글쓰기에도 콘트라스트가 있다. 대조를 함으로써 극적 효과를 노린다. 예를 들어 대장내시경을 앞둔 사람 앞에서 음식 냄새를 풍기면서 파티를 여는 식이다.


문 대통령의 페이스북 글이 논란이다. 간호사를 격려하는 내용이었는데, 문제는 의사와 비교하면서 불거졌다. 구체적으로 의사들이 없는 자리를 간호사들이 대체하고 있어 고생이 많다는 식이었다. 우선 사실부터 틀렸다. 간호사가 파업한 의사를 대신 한 비율보다 남아 있는 의사들이 더 많은 일을 했다. 더 나아가 가수 아이유를 들먹였다. 그가 간호사들에게 아이스 재킷을 기부했다는 걸 인용한 것이다.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아이유는 간호사에게만 준 게 아니다. 의사들에게도 당연히 제공했다. 만약 이 글을 대통령 본인이 썼다면 차라리 이해가 간다. 본인 말대로 덕담인데 좀 표현이 과장되었다고 하면 그만이니까.


그러나 대통령의 공식 페이스북이 그런 식으로 관리될 리는 없다. 설령 초안은 문 대통령이 썼어도 누군가 당연히 고쳤을 것이다. 엄연히 공식 입장이니까. 어떤 사람이 이 일을 담당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글 기술로는 결함이 없다. 대조효과를 통해 글맛을 살렸고 유명인을 인용하여 글에 권위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흔히 자신의 말이나 글에 자신이 없는 사람이 많이 저지르는 실수지만 대중들에겐 효과만점이다. 특히 추종자들에게는.


결론부터 말하면 진정성으로는 빵점이다. 의사와 간호사들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라고 하면 담백했을 말에 초를 무진장 친 거다. 마치 어렸을 때 글짓기를 하라고 하면 하기 싫어 엿가락 늘리듯 되도 않은 말을 보태고 또 보태듯이. 반대가 심해지자 여권에서는 뭐가 문제냐며 되레 방귀를 껴대는 인간들도 등장하고 있다. 행여 대통령의 심기가 상했을까봐 아첨 행렬에 동참한 것이다. 그럼에도 한 가지 변함이 없는 건 이 사건은 한 나라의 대통령과 그의 입이 되는 사람의 능력이 한 순간에 드러나는 참사였다. 꼭 무슨 건물이 무너지고 배가 가라 앉아야먄 대재앙은 아니다.  


덧붙이는 말 : 

글을 쓰고 나서 궁금증이 풀렸습니디. 페북 글은 기획비서관실에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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