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흥분할 때가 있다. 도리어 그런 상황에서 가만 있으면 속으로 울화가 더 치밀 것이다. 올해 나도 그런 적이 있다. 내 눈 앞에서 가방 속 지갑을 꺼내 돈을 새는 도둑놈을 보았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그 가방의 주인은 나였다. 그러나 아무리 급박해도 흥분을 지속하기란 힘들다. 계속 그렇게 있다 보면 이성을 잃고 더 큰 사고를 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서라도 침착 버튼을 눌러야 한다.


현 정권을 대표하는 이들의 발언을 듣곤 한다. 생각한다. 저렇게 핏대 세우고 소리를 높여야 하는 문제인가? 물론 방송의 특성상 극적인 장면을 부각시키는 면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카메라가 돌고 있다고 해도 초흥분 사태로 마구 이야기를 지껄이는 건 보거나 듣는 이들에게도 불안을 전염시킨다. 심지어 침착함을 생명으로 삼아야 하는 관료들까지 덩달아 흥분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그렇다.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며 마치 웅변가처럼 장황하게 말꼬리를 올리는 것을 보고 있자니 내용이 어떤지를 떠나 한숨부터 나왔다. 잘 모르니까 저렇게 윽박지르는 구나. 정치인 출신 장관은 말할 필요도 없다. 스스로 시빗거리를 만들어 내는 말을 마구 지껄인다. 어쩌다 다들 초흥분 사이언들이 되어 버렸을까?


정직하게 말해 나의 사상은 진보에 가깝다. 보수가 안정을 추구한다면 진보는 개혁을 지향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고인 물이 썩지 않기 위해서는 변화를 선택해야 한다. 그러나 그 방법이 그악스럽다면 달리 생각해 보아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대중을 위한다는 명분 아래 자신들의 이익을 숨기는 선전선동의 나락에 떨어지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진보주의자들이라면 말로 떠들게 아니라 실력부터 갖추고 차분히 일을 진행시켜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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