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크라운>을 보고 있다. 영국 왕실을 무대로 하고 있다. 실존인물들을 그리고 있어 꽤 흥미롭다. 주인공은 엘리자베스 여왕이다. 우리에게는 다이애나에게 못되게 군 시어머니쯤으로 알려져 있지만(?) 영국에서는 완전히 다른 평가를 하고 있다. 한마디로 국가의 상징이다. 시즌 1에서는 취임 후 닥치는 여러 고난을 다루고 있다. 특히 처칠 수상과의 권력 다툼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그야말로 산전수전공중전을 다 겪은 처칠에게 엘리자베스는 애송이에 불과하다고 여겼지만 결정적인 한방으로 쓰러지고 만다. 그건 나이다. 여든이 되어서도 여전히 기세등등하던 그의 마음을 꺾은 건 그림이었다. 구체적으로 그를 그린 초상화 때문이었다. 그림 속 처칠은 늙고 거만하고 노욕이 가득한 괴팍한 노인네였다. 윈스턴은 화가에게 불같이 화를 낸다. 내 존엄을 뭐로 보고. 화가는 태연히 답한다. 나는 사실대로 그렸을 뿐입니다. 나이 드는 건 잔인한 겁니다. 지금의 예순은 과거의 마흔쯤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한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나이는 속이지 못한다. 예나 지금이나. 문제는 신체는 늙어 가는데 욕구는 사라지지 않는다. 역설적으로 더 강해진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나이 드는 괴로움과 슬픔을 견뎌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늘 상기하시라. 늙은이의 욕심은 언제나 역겨우니 최소한의 대접을 받고 싶다면 조용히 물러나 깨끗하게 잘 씻고 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