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늘 불공평했다. 특히 가지지 못한 자에게는.


독재자 전두환이 만든 당 이름은 민주정의당이었다. 쿠데타로 집권한 세력이 민주와 정의를 내세우다니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그럼에도 그는 재직기간 내내 정의사회구현을 외쳤다. 현 집권세력의 당명은 더불어민주당이다. 모두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자쯤 되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공정과 정의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웠다. 임기 중반을 넘은 지금 과연 이 목표는 이루어졌는가? 결과는 가난한자들끼리의 패싸움이었다.


사실 세상은 늘 불공평했다. 특히 가지지 못한 자에게는. 가진 자들은 언제나 승리자였다. 그들에게는 돈뿐만 아니라 권력과 기득권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을 적으로 몰아세우면서 집권한 집단도 이 패턴을 거스르지 못했다. 곧 정권을 잡는 순간 스스로가 가진 자들도 편입하고 만다. 자의든 타의든. 청와대 비서실장이 2주택 이상 가진 고위관료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집을 한 채만 남기고 처분하라고 지시하였다. 나부터 실천하겠으니 따르라. 사실 뒷북도 이런 뒷북이 없다. 심지어 2년 전에 나온 이야기인데. 더 황당한 건 처음에는 반포의 아파트를 처분하겠다고 했다가 자신의 지역구인 청주 집을 내놓기로 했다. 아무리 따져봐도 강남 집을 팔기는 아까웠겠지. 그는 현재 서울에서 전세로 살고 있다. 지금 정권의 시각에서 보면 전형적인 투기사례다. 재건축을 앞둔 오래된 아파트를 보유하면서 정작 사는 곳은 넓은 전셋집이니까. 게다가 청주 집은 그동안 꽤 올랐으니 지금 팔아도 손해가 없다. 이런 자가 대통령의 오른팔이라고 행세를 하니 기강이 잡힐 턱이 없다.


다시 주제로 돌아와서 만약 불평등이 100년 정도 바닥에 들러붙은 껌딱지처럼 짝 붙어 있다면 과연 떼어내야 할까, 아니면 인정해야 할까? Samuel Scheffler는 한 번에 확 떼지 말고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뜯어내자고 주장한다. 곧 불평등이 문제인건 분명하지만 때로는 새로운 혁신도 가져온다고 말한다. 사실 불평등이란 공평하지 않은 세상이다. 만약 모두가 평등하게 못살면 그거야말로 북한이 말하는 지상낙원이 아니겠는가? 어느 정도 격차가 있고 따라잡고 싶은 욕심도 있어야 사회가 진보하는 것이다. 그 강력한 동기는 인센티브다. 왜 시장에 가서 콩나물 한 봉지를 사면서도 깎고 싶어 하겠는가? 무언가를 얻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떨어지는 떡고물이 있는지 궁금해서다. 이를 정교화한 것이 소유권보장이다. 소유권이야말로 자유민주주의의 핵심가치다. 자유로운 경제활동으로 얻는 부를 국가가 법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그것이 물건이든 땅이든 집이든. 


그러나 현 정권은 이 반대의 길로 가고 있다. 공정과 정의, 평등을 앞세워 소유권을 불로소득으로 몰아붙이며 죄악시한다. 그러면서 모두가 다 같이 잘살자고 한다. 전형적인 데마고그(선전선동)다. 물론 소유권을 제한해야 할 때가 있다. 독점이 그렇다. 만약 주택 거래로 인한 이득을 소수가 독점한다면 당연히 막아야 한다. 그러나 실수요자인 불특정다수가 이득을 얻는다면 오히려 권장해야 마땅하다. 현 정권 들어 스물세 번째 부동산 정책을 발표한 정부가 또다시 종합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잦은 정책이야말로 시장을 고란하고 정부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더 나아가 불평등을 확대시킨다는 걸 알고나 하는 일일까?


https://www.nytimes.com/2020/07/01/opinion/economic-inequality-moral-philosophy.html?searchResultPosition=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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