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철수의 음악캠프 목요일 2부 코너에는 음악평론가 임진모씨가 나온다. 웬만하면 놓치지 않고 듣는다. 대중음악의 조류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이유는 말도 안 되고 두 중년의 티격태격이 은근히 즐거워서다. 이번 주(2020년 7월 2일)에는 아티스트의 조건에 대한 주제가 나왔다. 임진모씨는 즉흥, 도취, 무의식이야말로 예술가가 갖추어야 할 자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 연예인을 대하는 잣대가 지나치게 높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얼핏 맞는 말 같으면서도 과연 그런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다른 시각에서 보면 이런 요건이야말로 반사회적 작태 아닌가? 사실 예술가의 정형에 대한 논란은 오랫동안 있어왔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왠지 남들과 다르고 뭔가 특이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 들어 이 표준도 바뀌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은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다. 그는 규칙적인 생활로 유명하다. 매일 아침 십킬로 미터 이상씩 뛰고 종종 마라톤 대회에도 참가한다. 글도 정해진 시간에 꼬박꼬박 써나간다. 마치 수도승처럼. 그렇다고 해서 그의 글이 모범적이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부도덕은 기본이고 난폭한 장면도 서슴없이 나온다. 곧 즉흥적이고 도취적이며 무의식속에서 이루어진다. 어쩌면 글속에 불안정한 세계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겉으로는 보다 엄격한 자세가 요구되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