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이 죽지 못해 산다는 말은 3대 거짓말중 하나라는 설이 있다. 나머지 둘은 상상에 맡기겠다. 그러나 <위풍당당 질리 홉킨스>를 읽고 나서는 생각이 바뀌었다. 진실일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티격태격하면서도 위탁모와 정이 듬뿍 든 질리. 그러나 친모가 아닌 친할머니의 등장으로 예기치 않게 떠나게 되는데. 정작 옮긴 집에서는 행복을 느끼지 못하자 아줌마에게 전화를 걸어 하소연한다.
“아줌마, 다 잘못됐어요. 생각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요.”
“생각대로 되다니? 사는 건 생각대로 되는 게 아니란다. 만만치 않은 일들뿐이야. 세상에 끝이 있다면 그건 죽음뿐이란다. 계속 살아야지, 죽을 수는 없지 않겠니?”
우리는 늘 행복을 갈구한다. 과연 그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그럴 리도 없겠지만. 어쩌면 지루하고 견디기 힘든 삶을 속이기 위해 내세우는 거짓유혹은 아닐까? 요즘 들어 더 그런 망상이 자꾸 든다. 그래 계속 살아야지 세상일이 뜻대로 안된다고 현재가 행복하지 않다고 해서 죽을 수는 없지 않은가? 어차피 우리는 사망하게 되어 있는데 미리 스스로 부고를 쓸 필요는 없지. 그냥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