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의 기준을 제각각이다. 한 가지 분명한 건 나는 아니다. 이른바 상위 5%에 드는 것도 아니고 물려받는 재산이 차고 넘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마음만은 부자랍니다, 라고 스스로를 위로할 마음은 전혀 없다. 그저 형편대로 살 뿐이다.


우리에게 부자는 터부의 대상이었다. 워낙 평준화 문화가 강한 터라 남들보다 잘나고 잘사는 걸 드러내길 꺼렸기 때문이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정확한 이유는 없다. 여하튼 부자들이 '나 이렇게 잘 살아'라고 하면서 공개하는 건 드물다. 그저 조용히 남들 시선이 뜨이지 않는 곳에서 나름 잘 살아갈 뿐이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 문화가 확산되고 젊은 부자들이 늘면서 스스로를 드러내는 이들이 꽤 생기고 있다. 극소수 꼴사나운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들의 삶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사람이면 누구나 잘 살고 싶고 그러다보면 좋은 집에 살거나 명품을 사고 싶어지게 마련이니까. 


그중에서 내가 주목하는 한 명이 있다. 실명이나 사이트는 밝히지 않겠다. 의사라는 직업 정도만 알려주겠다. 그는 강남에서 잘 나가는 피부과 원장이다. 돈도 많이 벌고 그만큼 또 쓴다. 흥미로운 건 돈을 쓰는 취향이다. 소위 명품을 선호하는데 그렇다고 마구 사들이는 건 아니다. 자신만의 취향을 고려하여 선택하는데, 그 취향이란 게 납득이 간다. 다시 말해 나는 이래서 이게 좋다, 라고 분명히 밝히는 것이다. 그 범위도 매우 넓다. 의류나 먹을거리뿐 아니라 자동차 더 나아가 집까지 대상은 무궁무진하다. 누군가는 꿈꾸기조차 힘든 일상이지만 나름 이해가 된다. 부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취향이 핵심이다. 거꾸로 말하면 부자가 아니어도 자신만의 취향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 삶은 꽤 근사해진다. 행복까지는 모르겠고.


어느 정도 나이를 먹게 되면 취향이 없는 사람과 마주하기 괴로워진다. 돈이 있건 없건 자신의 지나온 삶은 티가 나게 마련이다. 자신만의 취향을 갈고 닦을 시간은 차고도 넘쳤다. 그럼에도 자신의 이해타산에 따라 즉각적으로 반응하거나 움직이고 스스로를 깎아 내리며 쉽게 비굴해지는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가? 부자가 되는 길이 어렵고 힘들다면 취향을 파악하여 삶을 지탱해보면 어떨까? 그건 진짜 돈이 얼마 들지 않는다. 의지와 노력만 있으면 된다. 굽실거릴 용기따위는 필요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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