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전달자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0
로이스 로리 지음, 장은수 옮김 / 비룡소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즐거움은 결코 끝나지 않는단다


“조너스는 친구들이 아무 활력도 없는 생활에 아주 만족한다는 사실에 종종 이해할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그리고 친구들을 전혀 변화시킬 수 없는 자신에게 무척이나 화가 났다.”



좋은 글의 기준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정확한 문장, 풍부한 표현, 올바른 전달. 그러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아쉽게도 정답은 없다. 그냥 읽는 순간 바로 알 수 있다. 로이스 로리의 <기억 전달자>가 그렇다. 현재에서 그리 멀지 않은 미래. 사회는 철저하게 계급으로 구분되어 있다. 열두 살이 되는 순간 남은 평생의 직업이 결정된다. 누군가는 엔지니어가 되고, 의사가 되고, 학자가 되고, 연예인이 되고, 산모가 된다. 그렇다. 아이를 낳는 전문 직업이 따로 있다. 일인당 딱 세 명씩. 이후에는 육체노동자로 살아가야 한다. 어째, 점점 으스스해진다. 그런데 웬일인지 사람들은 불만이 없다. 오히려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걸 소명으로 받아들인다. 그 중에는 전지자도 있다. 단 한 명이다. 누군가의 운명을 결정해주는. 다른 일과 달리 이 직업은 몇 십 년 동안 공석일 때도 있다. 후임자가 마땅치 않거나 도중 탈락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조너스는 행운(?)의 주인공이 되었다. 두려우면서도 내심 자랑스러운 기분으로 전임자로부터 기억을 전달받게 되는데.


이번 한 주 꽤 힘이 들었다. 우선 휴대전화기가 고장이 났다. 작년 이 맘때도 같은 일을 겪어 어찌어찌 새로 사서 써왔는데 그만. 혹시 하는 마음에 서비스센터에 가봤지만 예상대로 사망. 새 폰을 사야 하나 2G 보상을 기다릴까 하면서 이리저리 알아보느라 지쳤다. 더 힘든 일은 따로 있었다. 윈도우 10이 지멋대로 자동으로 업데이트되면서 지금까지 써왔던 글이나 기능들이 뒤죽박죽되어 버렸다. 그 와중에 이전 버전으로 돌아가려고 매일 두세 시간씩 노트북에 매달려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한마디로 힘은 힘대로 빼고 성과는 하나도 없었다.


그러다 <기버>를 읽게 되었다. 당초 원서를 먼저 보았는데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영어가 힘든 건 아닌데 파악하기가 알쏭달쏭했다. 번역 책을 보자 바로 이해가 되었다. 주인공은 아이였지만 내용은 철학적이었기 때문이다. 희한하게 페이지를 넘기면서 점점 심신이 안정되어 갔다. 딱히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곰곰 생각해보니 몰입도가 높았던 것 같다. 곧 적어도 책을 읽는 동안은 일체의 잡념이 떠오르지 않았다. 빼어난 책이란 바로 이런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미루어왔던 휴대전화도 알아보고 무려 6개월여 만에 이발도 하고 동네 놀이터 그늘 등 없는 벤치에 앉아 나머지 절반을 마저 보았다. 오랜만에 행복한 토요일 저녁 무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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