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이렇게 풀리는데 가치가 유지될까요?


동네 슈퍼마켓에 들러 콜라를 샀다. 내 돈 내고 청량음료를 사 마신 지도 꽤 오랜만이다. 그만큼 즐기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입한 이유는 가격이 쌌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상표에 비해 거의 반값이었다. 그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다. 이틀 후 다시 방문해보니 가격이 200원 더 떨어져 있었다. 세일 같은 표시도 없이. 왠지 속은 기분이 들어 영수증을 들고 다시 찾았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를 우롱한 기분이 들어서다. 아니나 다를까 캐시어는 할인기간이었다며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했다. 순간 깨달았다. 여기서 그만 스톱.


은행에서 정기예금이 1년 만기되었다는 문자가 왔다. 그렇지 않아도 금리가 많이 떨어져 걱정이었다. 직접 확인해보니 예상을 훨씬 웃돌았다. 거의 반 토막이 났다. 구체적으로 2퍼센트 남짓하던 게 1퍼센트대로 떨어졌다. 간단하게 1억을 맡겨서 연 2백만 원 받을 수 있던 것이 백만 원으로 줄어든 것이다. 사람들이 괜히 주식이나 부동산에 몰리는 게 아니다.


금리가 내려가면 돈의 값어치도 마찬가지로 하락한다. 오늘의 천 원이 내일은 8백 원 그리고 1년 후에는 5백 원의 가치밖에 되지 못할 수도 있다. 만약 월급이나 수입에 변동이 없다면 그만큼 마이너스가 되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건 물가가 안정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물가마저 상승하면 살림은 확 쪼그라든다.


금리와 물가가 낮은 상태가 지속되면 어떻게 될까? 바로 성장률에 타격이 온다. 곧 전체 경제 파이가 줄어든다. 이른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같이 저성장, 저금리, 저물가가 고착화된다. 이쯤 되면 돈의 값어치가 무엇인지 곱씹어보게 된다. 가치평가수단으로서의 돈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그렇다고 다시 금본위제로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는 삼두마차가 삐끗하는 거다. 특히 취약한 분야는 물가다. 그나마 저물가 덕에 근근이나마 살아갈 수 있지만 만약 물가가 오르면 그야말로 파국이다. 이미 그런 조짐이 보이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글로벌 경제체인이 붕괴되면서 생산부족이 발생하고 있다. 1차 팬더믹이 2차, 3차로 확산되면 이런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되면 이제 사람들은 온갖 수단방법을 동원하여 사재기에 나서 싹쓸이하게 된다. 마치 대공황 직전에 모두가 은행에 몰려 돈을 인출해달라고 울부짖듯이.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관련 기사 :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0061217200094593&typ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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