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문을 닫게 된 공항 면세점 명품을 온라인으로 할인 판매하는 행사에 사람들이 순식간에 몰려 서버가 다운되었다. 스타벅스에서는 커피 열일곱 잔을 마시면 무료로 나누어주는 백을 받기 위해 무려 삼백 잔을 주문한 고객도 있었다. 더 흥미로운 건(?) 그 중 딱 한 잔만 마시고 나머지는 버렸다. 누군가는 혀를 차며 욕을 하겠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도대체 쇼핑의 마력이 무엇이길래?
현대는 소비사회다. 곧 생산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소비하는 인간이 주류다. 이는 대부분이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에서 소외된다는 뜻이다. 칼 막스의 예언은 적중되었다. 점차 산업화와 분업화가 가속화되면서 생산의 전 과정을 관장하기가 어려워진다. 재료를 구하고 설계를 하고 조립을 맞춘 후 도장을 해서 포장까지 모두 담당하는 인간은 천연기념물에서나 가능해졌다. 반면 소비는 온전히 자신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다. 무엇을 고르고 어떻게 쓸 것인지 한 눈에 파악이 가능하다. 인간은 돈을 씀으로써 비로소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인터넷의 발달은 소비를 더욱 고도화, 정밀화시키고 있다. 굳이 가게에 가지 않아도 온라인으로 거의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생산자가 속이지만 않는다면.
온라인 중고매장에서 원하던 음반을 발견했다. 오프라인도 겸하고 있어 주말에 한번 방문해 볼까라고 궁리하고 있는 사이 바로 팔려버렸다. 내가 원하는 건 다른 이들도 찾는다는 걸 새삼 확인한 셈이다. 땅을 치고 후회할 정도는 아니지만 적어도 세 번쯤 사고 싶은 마음이 들 때는 바로 질러야 한다. 다행히 다른 곳에 있어 겸사겸사 몇 가지 음반들을 함께 골라 한꺼번에 주문했다. 아무래도 직접 가기에는 찜찜해서. 온라인 쇼핑에 걸린 총 시간은 짬짬이 일을 하거나 쉬는 여유를 빼고 약 서너 시간 정도 걸렸다. 리스트를 뽑고 집에 있는지 확인하고 또 다른 이들의 평가도 확인하느라. 어찌 보면 아까운 수도 있지만 적어도 그 동안만큼은 잡념이 일체 끼어들 틈이 없었다. 쇼핑의 마력에는 헛생각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있구나, 라고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