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종류의 신문을 구독하고 있다. 한국일보와 뉴욕타임즈. 아니, 종이신문을 보는 사람이 아직도 있단 말인가? 그렇다. 내가 그렇다. 정성껏 읽는 건 아니다. 아침에 대충 큰 제목과 사진 정도만 보고 만다. 그렇게만 보고 버리기 아까워 오랜만에 책상위에 일주일치 신문을 쌓아두고 한 장씩 넘기며 읽었다. 이상하다. 잘 읽히지가 않는다. 눈이 나빠져서 인가? 물론 그런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뭔가 보다 구체적인 원인이 있을 것 같은데, 라고 곰곰 생각하다 앗하고 떠올랐다. 종이신문은 신체, 특히 눈의 구조와 맞지 않는다. 기사들이 이곳저곳 전사들의 시체처럼 잘린 채 나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 신문은 그 정도가 심하다. 글 말미에 relate라는 단어가 신호등처럼 대기하고 있다. 곧 기사 하나를 제대로 읽으려면 몇 페이지를 이동하면서 보아야 한다. 그나마 온전히 한 면에 볼 수 있는 건 광고나 사설 정도가 전부다. 


반면 인터넷 신문은 온전히 한 번에 볼 수 있다. 쓸데없이 제목 따위를 크게 해서 눈을 현혹하지도 않는다. 그냥 리스트에 올라와있는 타이틀을 보고 클릭하면 그만이다. 보다 큰 장점은 심층 읽기가 가능하다. 한 기사를 읽고 관심이 생긴다면 관련 글이나 구체적인 내용을 손가락 놀림 몇 번만으로 찾아 볼 수 있다. 도대체 지금까지 왜 이런 불편한 종이신문을 읽어왔는지 신기할 지경이다. 이유는 없다. 대체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종이에 이거저것 잡다하게 읽을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나온 고육지책이다. 그나마 우리 신문이 가로체제로 바뀌면서 가독성이 조금 나아졌을 뿐이다. 참고로 여전히 세로쓰기를 고집하는 일본신문을 보고 있노라면 답답해서 까무러칠 지경이다. 기사를 하도 잘게 잘라 여러 지면에 싣는 바람에 보물찾기가 따로 없다. 기술이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면 종이신문은 이미 사명을 다했다, 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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