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는 게 다 돈이다 


살다보면 집은 늘어나게 마련이다. 경제적 여유가 있건 없건. 잠깐 방심하다가 어어 하다보면 어느 순간 쓸데없는 잡동사니들로 가득 찬다. 최근 들어 택배와 배달이 증가하면서 이러한 상황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박스나 비닐을 바로바로 버리지 않으면 며칠도 되지 않아 쓰레기통이 가득찬다. 음식물 또한 골칫거리다. 새로운 아파트먼트에서는 자체 분쇄기가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은 모아서 처리해야 한다. 마침 아침에 일어나면 양치질을 하듯이 습관을 들이는 수밖에 없다. 


이런 저런 이유로 사 모으는 물건들도 문제다. 나 같은 경우는 책과 음반이 그렇다. 사실 이 둘만 어떻게 처리해도 공간에 여유가 생길 것이다. 그러나 왠지 단 한 권도 단 한 장도 버리질 못한다. 왜 그럴까? 지적 허영이 있기 때문인가? 왠지 모르게 죄책감을 느낀다. 언젠가는 읽을 거야. 반드시 들을 거야, 라고 다짐하며 차곡차곡 쌓아놓는다. 일주일 정도를 고민하다가 내 방에 있는 짐들을 싹 들어냈다. 예상은 했지만 실제는 더욱 힘든 공사였다. 거실이 거의 꽉 찰 지경이었다. 혹시 내가 저장강박증이 아닌가 의심이 갈 정도로 별별 쓸모없는 것들 천지였다. 서너 시간 허리가 뻐근할 정도로 옮기고 나자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바로 누워 보았다. 내 방이 이렇게 넓었나?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이젠 거실 내보낸 짐들을 처리했다. 정말 이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버릴 것과 다시 보게 될 것들을 분류하고 쓸고 닦았다. 새로 이사 온 집을 청소하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깨달았다. 살림의 정석은 버리는 것이다. 그게 다 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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