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듯이 듣고 싶었다. 그럴 때가 있다. 그런데 없다. 분명히 책상 위에 두었는데, 아마도 청소를 하거나 정돈을 하다가 어딘가 다른 곳에 옮겨 둔 것 같다. 분명 집안에 있는 걸 확실한데. 짐작이 가는 곳을 여기저기 뒤져 보았으나 소용이 없다. 괜히 긁어 부스럼이 될 것 같다. 참, 나. 그러게, 일찌감치 듣지 그랬니? 그러나 나는 몰랐다. 그 때는. 어쩌겠는가? 아쉽게나마 인터넷에서 찾아 감상해 보지만 영 맛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의외의 소득도 있었다. 기억 저편에 멀리 사라져버린 줄 알았던 카세트테이프들을 대량 발견했다. 대부분 클래시컬 음반이다. 중학교 다니던 시절 열심히 모은 것들이다. 시험이 끝나면 으레 백화점 음반 매장에 들러 하나둘씩 사서 듣곤 했다. 어쩌다 세일이라도 하면 평소 사고 싶었지만 돈이 없어 구입하지 못했던 것들을 구매하곤 했는데. 그 당시 꿈은 성음에서 나오는 클래시컬 테이프를 다 사 모으는 것이었다. 어차피 집안 대청소를 한 김에 탁자 위를 싹 치우고 중고거래에서 산 마란츠 미니 오디오도 오랜만에 켜서 그뤼미어의 바이올린 소품집을 듣는다. 늘 정중한 아르투르다. 신경질이나 히스테리 없이 평온하다. 특유의 날카로움으로 승부하는 이른바 명장 바이올리니스트들을 점잖게 비웃기라도 하듯이. 한쪽 문이 닫히면 세상의 다른 문이 열린다는 걸 실감한 하루다. 언젠가 말러도 예기치 않은 곳에서 부활하겠지? 라고 기대 섞인 희망을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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