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조짐이 좋았다. 늘 이런 저런 소음으로 시달렸는데 웬일로 고요하다. 한주의 시작인데 드문 일이다. 백만 년 만에 처음 맞는 평화로운 오전이었다. 토스터에 빵을 넣고 커피 물을 올리고 늘 듣는 채널에 맞춘 라디오를 들으며 혹시 새로운 세상이 열린 건 아닌지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아니다, 오늘은 엄연히 2020년 6월 1일 월요일이다. 혹시라도 이 평화가 깨질까 살금살금 일을 시작했다. 자료들을 정리하고 글을 쓰고 수정과 교정을 반복했다. 여전히 조용했고 초여름을 알리는 햇살은 부드럽게 방안을 데우고 있었다. 정말 눈물이 날만큼 행복한 반나절이었다. 잠시 짬을 내어 산보를 나갔다. 바깥세상도 아늑한 기운이 충만했다. 발걸음도 가볍게 동네 공원을 한 바퀴 돌고 집으로 다시 돌아오는데 결국 사단이 났다.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전철역 엘리베이터 공사를 새로 했는지 손잡이를 꼭 잡으라는 절규에 가까운 녹음 방송이 크게 메아리치고 있었다. 아깝다. 그 소음만 아니었으면 One Perfect Day 였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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