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대학은 1905년 평양에서 설립된 숭실대학이다. 성균관이 더 오래되었다는 주장도 있지만 근대적 의미의 대학은 아니었다. 지난 100여년 이상 대학은 무럭무럭 성장해 현재 400개가 넘는다. 학생 수는 350만 명 정도 된다. 정망 엄청난 숫자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바뀐 일상 가운데에는 학교 문을 열지 못하는 것도 있다. 의무교육기관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등록금으로 운영되는 대학은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학생들의 불만이 크기 때문이다. 대면 수업을 전혀 받지 못하는데 돈을 내야 한다는 게 이상한 거다. 아무리 불가항력이라고 해도. 아니나 다를까 대학 등록금 반환소송까지 생겼다. 승소를 할지 안할지는 모르겠지만 결과보다 중요한 건 대학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다. 


사실 한국에서 대학이란 전문지식교육기관이라기보다는 간판의 성격이 강했다. 곧 이른바 이름 있는 대학을 나와야 취업에 유리한 구조였다. 선 기능도 있었다. 양질의 값싼 인력을 대량으로 공급받을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경제가 어느 정도 궤도에 이르고 대학이 흔해진 지금 과연 과거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무엇보다 인구가 줄어들었다. 대학에 들어갈 사람이 적어지니 당연히 많은 교육기관이 필요 없다. 일류 대학에 대한 선호도 예전만큼은 아니다. 물론 SKY 대학의 특정 학과는 여전히 가고 싶어 안달하겠지만 다른 학과의 경우 졸업이 바로 취업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개인적인 생각은 만약 내가 지금 같은 상황에서 대학을 가야 한다면 굳이 가지 않을 것이다. 단 조건이 있다. 최소 2~3년간 최소 생활을 할 수 있는 자금여유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이 있어야 한다. 소위 유렵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1년 동안 유예기간을 주는 것과 같다. 다시 말해 대학에 가는 걸 서두를 이유가 없다. 본인이 뭘 하고 싶은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선택하면 된다. 대학과 사회생활을 일종의 기회비용으로 보는 것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대학은 점차 사라질 것이다. 서서히 범용 학습기관으로 대체될 것이다. 일종의 백화점 교양센터처럼 아무나 누구나 편한 시간에 공부할 수 있게 된다. 대신 전문교육은 진정으로 그 분야를 공부하고 싶은 대학원으로 재편될 것이다.


올해 세계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거대한 실험을 하고 있다. 대학도 예외가 아니다. 어쩌면 이번 사태로 대학의 허상이 벗겨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전문교육기관으로서의 위상은 포스트 코로나 이후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단지 학교의 이름만으로 직업을 갖게 된다는 보장도 없다. 반면 교육을 받을 기회는 널려있다. 누가 이 자리를 선점할지 자못 흥미진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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