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 끌려 보게 되는 글이 있다. 타이틀만큼이나 내용이 좋다면 상관이 없는데 대부분은 그 반대다. 강원국의 글도 그렇다. 그는 질병관리본부장 정은경과 보건복지부차관 김강립을 예로 들어 이들의 말이 신뢰를 얻는 이유를 제시했다. 누군가 이 둘을 소재로 글을 써주기를 바랬던 터라 반갑게 읽었다.
그러나 결과는 그다지. 청와대에서 대통령 스피치를 담당했던 전문가라 기대가 컸는데 아쉽다. 무엇보다 취재가 부족했다. 여기저기 나온 말과 개인의 인상을 토대로 매우 주관적인 접근을 했다. 기본에 충실하다. 실력이 있으니까 간결하다. 침학하고 안정된 말투. 진정성이 통했다. 다 좋은 말인 것 맞지만 구체적으로 왜에 대한 답은 없다. 본인의 글쓰기 철학에 근거하여 적당히 버무려 쓴 것같이 느껴진다. 최소한 독자에게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두 분을 만나거나 인터뷰를 요청하여 숨겨진 비법을 알아내야 했다. 뜬금없이 유시민 씨를 소환하여 그가 평가한 인상을 그대로 인용한 것도 부적절했다. 사람은 강원국씨가 생각하듯이 한쪽면만 갖고 살아가지는 않는다.
개인적으로 가장 불만스러운 부문은 '실력 있는 사람의 말은 쉽고 간결하고 명료하다'는 문장이다. 과연 그런가? 내가 아는 빼어난 분들 중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꽤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상적인 대화조차 중구난방으로 흘러가는 경우도 있다. 굳이 예를 들자면 기안84를 보자. 그의 언행은 자주 구설수에 오르지만 적어도 만화실력 만큼은 일류 아닌가? 실력자의 말이 모두 간결하고 정확하다는 주장은 대체 어디서 나온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런 오류는 단정 짓고 글을 쓰기 때문에 나온다. 게다가 제대로 조사를 하지 않으니 이런 저런 자료들을 짜집기하여 결과를 도출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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