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세상에서 가잘 싫어하는 부류의 사람은 남에게 시키는 걸 일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다. 곧 지시하고 명령하는 걸 엄청나게 큰 업무라고 여긴다. 대부분 이른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그렇다. 물론 바닥부터 기어서 그곳에 이른 이들이라면 사정이 다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도 많다. 흥미로운 건 기업에는 이런 스타일이 그렇게 많지 않다. 하도 드라마나 영화에서 재벌 2세나 3세의 일탈을 소재로 삼고 있어 착각할 뿐이다. 공무원 사회도 겉보기와는 다르다. 늘 주변을 의식하면서 일을 해야 하는데 독불장군식이 통할 리 없다. 의외로 좋은 의도로 시작한 일을 하는 분들이 이런 함정에 잘 빠진다. 기부금이나 후원금이 꾸준히 들어오면 처음엔 감사하지만 자꾸 반복되면 그게 자신의 능력인양 착각에 빠진다. 역설적으로 돈을 받아올 궁리에만 몰두하느라 정작 돌보아야 할 대상에게는 하찮게 처우한다. 게다가 일종의 보상심리도 작용한다. 내가 이렇게 고생하는데 남들은 나서려고도 하지 않는데 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나태해진다. 기업이나 공무원 생활을 해보지 않은 분들은 회계에도 서투르고 전문 인력을 쓰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러다 어느 순간 눈 먼 돈에 관심이 생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