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도에서
스티븐 킹 지음, 진서희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11월
평점 :
스티븐 킹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그가 쓴 <금연주식회사>를 읽고 나서였다. 담배를 끊으면 거액을 제시한다는 제안에 그것쯤이야 하고 쉽게 덤빈 사나이. 결국 포기하게 되는데 단 조건이 있었다. 그것은. 더 이상은 스포라 생략한다. 이 소설의 인상이 얼마나 강렬했던지 모티브 삼아 스스로 처음으로 픽션을 쓰기도 했다. 다행히 결과도 좋았다.
<고도에서>를 읽으면서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이유를 알 수 없이 체중이 점점 줄기 시작하는 중년이 뚱뚱보 아저씨. 얼핏 보면 엄청 기쁜 일 같지만 문제는 계속해서 떨어지기만 할 뿐 올라갈 줄을 모른다. 과연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까?
이 작품은 스티븐 킹 답지 않은 따스함이 배어 있다, 그의 글에서 늘 나타나는 공포 대신 위안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이제 그도 나이를 들었기 때문일까, 하고 염려 아닌 염려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내 의견은 다르다. 그는 출발선에 다시 선 것이다. 군더더기를 없애고 평이하지만 기이한 소재를 골라 사람들 사이에 툭 하고 던져놓고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