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자는 한국말이 서툴렀다. 일본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이다. 학교를 다 마치고 스무 살 가까이 되어서 우리나라에 왔으니 그럴 만도 했다. 아무리 집에서 한국말을 했다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고등학교까지 죽 일본인 학교를 갔으니. 나는 오히려 그런 그녀가 좋았다. 선망과 비아냥 사이 어딘가에서 서성이며 거리를 두는 다른 사람들이 이해되지 않았다.


“성훈 상은 제가 어디가 좋아요?”


그녀는 언제나 내게 상을 붙여 말했다. 처음엔 ‘아차’ 하면서 ‘미안’이라고 했지만 나는 듣기 좋으니 괜찮다고 답했다.


“글쎄, 잘 모르겠는데. 그럼 너는 내가 왜 좋아?”


혜자는 그럴 때면 고개를 살짝 돌리며 ‘ 뭐 그런 걸 다 물어보느냐는 표정을 보이면서도 내심 기뻐했다. 어쩌면 나는 그런 모습을 보고 싶어 되묻는지도 모른다. 그게 벌써 8년 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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