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시에는 특이한 일들이 자주 벌어지게 마련이다. 최근 등장한 보복소비라는 말도 그렇다. 사스 사태 이후 중국에서 번졌다고 하는데, 말 그대로 그동안 억눌렸던 소비를 보복하듯이 한다는 말이다. 영어로는 적당한 단어가 없는 것 같아 특수한 세태를 반영한 것이 틀림없다. 그럼에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나 더 나아가 격기를 오래 겪고 나면 어떻게 해서든 스트레스를 풀고 싶어지니까. 마치 군대에 입대한 후 처음 나오는 휴가 때 그동안 모아둔 돈을 어떻게 해서든 한 방에 다 쓰고 싶어 환장하는 것처럼. 남 이야기가 아니다. 나 또한 재난소득을 받아 한 번에 몽땅 다 썼다. 선불카드 등록이 귀찮고, 괜히 찔끔찔끔 쓰다 잊어버릴까봐 두렵고, 마땅히 쓸 곳도 많지 않다는 핑계도 있지만 공돈이니 그냥 쓰자는 심리도 컸다. 평소라면 살 엄두도 내지 못하던 정관장 농축액 제일 비싼 걸 싸고 남은 돈은 홍산 캔디를 사고 나니 바로 잔액은 제로가 되었다. 


죄악주도 마찬가지 아닌가 싶다. 일본도 뒤늦게 바이러스 대책을 세우느라 바쁘다. 그 중 가장 말을 듣지 않는(?) 집단은 빠징코 가게라 한다. 가지 말라고 상호까지 공개했는데 도리어 사람들이 더 몰렸다. 왜 그럴까? 힘이 들고 짜증이 나니 그렇게라도 풀고 싶은 마음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이용해 담배나 도박과 관련한 주자가 급상승했다. 참, 세상이란? 당장 지구가 멸망할 것 같은 일이 벌어지는데도 누군가는 주판알 아니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니. 어쩌면 그것이 인류를 구원할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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