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시해의 출발은 김형욱의 미스터리한 죽음 혹은 실종에서 시작되었다. 


역사에 가정이란 없다. 그러나 상상은 가능하다. 만약 그 당시 김재규가 거사(?)를 치르고 난 후 육군본부로 가지 않고 원래 계획대로 남산의 중앙정보부로 갔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상관없이 전두환이 집권하여 군사독재가 연장되었을까? 아니면 미국과의 연대로 자신이 대통령이 되었든가 아니면 후견인이 되었을까?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남산의 부장들>은 너무 늦게 나온 영화다. 나 같은 세대에게는 너무 우려먹어 사골국물조차 졸아든 이야기이고 요즘 사람에게는 완전 고전 사극 같은 느낌일 것이다. 그럼에도 보는 내내 가슴을 졸이게 한 힘은 배우들의 연기다. 김재규 역을 맡은 이병헌이나 차지철로 분한 이희준, 김형욱을 쏙 빼닮아 소름이 돋았던 곽도원 모두 화면을 꽉 채운다.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 나온 이성민이 살짝 빠지지만. 연기를 못했다는 게 아니라 박통하면 떠오르는 연기자가 있어서다. 영화에서는 비록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누구인지는 뻔히 아니까 몰입을 전혀 방해하지 않는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영화 전체의 시점이 김재규에 맞추어져 있다. 마치 그의 처지를 대변하는 듯 한 상황전개가 이루어진다. 물론 그를 재조명하거나 새롭게 평가하는 움직임이 있기는 하지만 김재규에게도 어두움이 있었다. 치밀한 것 같지만 격정적인 그의 모습은 영화에서도 잘 드러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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