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상황에 처했을 때 대처하는 방법은 둘 중 하나다. 맞서 싸우거나, 회피하거나. 대체로 젊었을 때는 전자를, 나이가 들어서는 후자를 선택한다. 그러나 사람 성향에 따라 판단은 달라진다. 나 같은 경우는 부딪치는 걸 택하면 살아왔는데, 살아보니 매우 불편한 일임을 알게 되었다. 곧 편익 대비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세상에 거슬리는 일이 한두 가지겠는가? 


어제도 그랬다. 베란다에 나갔는데 갑자기 눈이 부셨다. 건너편 아파트에서 비치는 강한 불빛 때문이었다. 자세히 보니 집이 아니라 맨꼭대기층 복도가 근원지였다. 무슨 이유인지 몰라 전전긍긍하다 늦은 시간이지만 관리실에 전화하여 물어볼까 하다 그만두었다. 일단은 피하는 게 우선이다. 집안을 돌아다니면 검정색 종이판을 찾아 임시로 창문에 덧대어두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월요일 오전에 다시 한 번 문의해야지. 요컨대, 일단 피하고 다시 맞서 싸우는 전략을 정한 것이다. 


덧붙이는 말 


정신의학에서 강박을 치료하는 수단은 두 가지다. 노출과 외면. 곧 자신이 강박을 느끼는 상황을 과다하게 노출함으로써 익숙해지게 하거나 아예 시야에서 사라지게 하는 거다. 내 경험상 승자는 외면이다. 아무리 자주 본다고 해서 꺼림칙한 기분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만약 그렇게 됐다면 이미 환자가 아니다. 차라리 피하는 게 상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