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게 고민과 걱정은 선택 때문에 생긴다. 곧 이걸 할까, 저걸 고를까? 문제는 어떤 결정을 해도 후회가 남는다. 다른 대안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쓰이는 영어표현이 바로 Think Outside the Box다. 우리말로 하면 상자 밖으로 나와 생각을 해보라쯤 되겠다. 곧 지나치게 골똘하게 생각하다보면 주어진 상황이 전부인 줄 알고 정해진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럴 땐 완전히 다른 방향에서 문제를 바라보아야 한다.


어제 내가 그랬다. 티브이 화면에 흰줄이 계속 지나간다. 전에 없던 현상이라 나름 인터넷도 찾아보고 몸을 써가면서 텔레비전을 들었다 났다 해가면서 고쳐보려 했지만 소용이 없다. 여하튼 나름의 조사 끝에 내린 결론은 티브이 혹은 셋탑박스의 문제라는 거다. 곧 둘 중 하나가 범인이다. 만약 셋탑이 문제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혹시 티브이가 불량이라면 이건 교체 외에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일단 셋탑을 설치해준 통신사와 통화해 기사 분을 모셨다. 당장이라고 셋탑을 뜯어 분해하여 속을 볼 줄 알았는데 증상을 이야기하니 대뜸 해상도 문제라는 게 아닌가? 무슨 말인지 잘 들어보니 우리 집 티브이가 에이치디 화면을 받을 수는 있지만 브라운관형이라 흰줄이 생긴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해상도를 떨어뜨리거나 과거 에스디 화면을 설정하면 화질은 떨어질지 모르지만 줄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리모컨으로 설정에 들어가 직접 해상도를 조정해주는 것 아니겠는가? 아니, 이렇게 쉬운 방법이. 아쉬운 대로 낮은 화질로 보거나 아니면 새 티브이를 사거나 하면 되는 것이었다.


박스를 벗어나고 보니 완전히 콜럼버스의 달걀이었다. 왜 진작 이런 생각을 못했는지 후회되기보다는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돈이 굳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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