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얇아도 너무 얇다고 선전하는 슈퍼슬림 티브이. 지금 보면 어이가 없지만.
그래도 출시 당시에는 최신식이라 백 만원 넘게 주고 구입했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
우리 집 티브이는 브라운관이다. 브라운관이라는 말 자체가 낯선 분들도 많을 것이다. 원래는 사람이름이다. 곧 브라운이라는 사람이 발명했다. 때는 1897년, 독일인 브라운은 유리로 만든 진공 용기, 전자총, 편향 코일, 형광면을 합쳐 음극선관을 만들었다. 원래는 티브이 용도가 아니었으나 텔레비전용으로 활용되면서 크게 확산되었다.
브라운관의 핵심 기능은 전자총이다. 이 총이 영상을 골고루 표면에 분사시키게 된다. 수명이 오래가고 자연스러운 색감을 낸다는 특징 때문에 오랜 사랑을 받았다. 문제는 큰 화면을 구현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브라운관 티브이의 최적 화면은 20인치 내외이면 40인치만 넘어도 화면 구석에 번짐 현상이 나타난다. 또한 화면을 키우려면 유리두께도 같이 늘려야 하기 때문에 무거워진다. 이러한 한계 때문에 지금은 단종이 된 상태다. 엘지의 경우 2010년 생산을 중단했다.
그럼에도 브라운 티브이 애호가들이 아직도 있는데 나도 그 중 한명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으뜸은 색감이다. 흔히 에이치디 색상이 더 좋다고 알고 있지만 그건 자연색에 가깝다는 뜻이지 실제 눈에 보이는 색과는 다르다. 세트장이나 실내 촬영 화면을 보면 에이치디는 매우 부자연스럽다. 음향도 마찬가지다. 에이치디는 자체 증폭기가 내장되어 있지 않아 소리가 속된 말로 먹힌다. 반면 브라운관은 스피커가 있어 화면과의 분리현상 없이 편안하게 들린다. 우퍼나 사운드 바니 하는 것은 사실은 소리의 약점을 감추기 위한 꼼수다.
문제는 브라운관도 수명이 있다는 사실이다. 에이치디나 올레드에 비해서는 훨씬 길지만 세월은 감당할 수 없다. 과거 엘지 전자에서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선전을 한 적이 있는데 이는 브라운관의 수명을 알려준다. 이미 한번 교체하고 새로 산 평면 브라운관 티브이를 쓴 지도 이미 15년이 지났다. 규격이 달라지면서 위아래양쪽 화면이 조금씩 잘라져서 보이지만 디브이디, 셋탑, 오티티 등 모두 연결이 가능해 만족하면서 시청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화면에 흰 줄이 가끔 보이면서 임종이 가까웠음을 직감한다. 이제 더 이상 살 수도 없는데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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