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기술 


전화를 걸고 받기를 두려워하는 현상을 폰포비아라고 한다. 흥미로운 건 이른바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이 병(?)을 앓고 있다. 특히 영업사원들이 심하게 어려움을 겪는다.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 커져서다. 그럴 만도 하다. 나도 그런 전화를 받아본 적이 있지만 끝까지 들어본 기억이 없다. 되도록 기분 상하지 않게 죄송하지만 제가 지금 바빠서요 하고 끊지만.


스마트폰 등장은 폰포비아들에게는 축복이었다. 문자로 주고받기가 일상화되다보니 굳이 전화를 할 필요가 없어져서다. 그 결과 어느새 폰으로 통화하는 건 어색한 일이 되고 말았다. 오죽하면 전화통화료는 제로이겠는가? 일부에서는 우려한다. 인간미가 없다는 이유로.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는 건 매우 낯설다. 더우기 모르는 사람인 경우는. 게다가 새벽에 전화벨이 울린다면? 좋은 소식일리가 없다. 이처럼 전화는 알게 모르게 공포의 대상이었으며 실제로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좋은 소재로 활용되었다.


문제는 어쩔 수 없이 전화를 해야 하는 경우다. 오늘 내가 그랬다. 현관문 도어 클로저가 계속 말썽이라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일단 관리실에 문의를 하기로 했다. 상황을 설명하고 수리 혹은 교체가 가능한지 물어보면 된다. 그런데 그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았다. 당연한 권리임에도 괜히 죄송한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 혹시 몰라 단지 내 인테리어 가게도 2순위로 마련해두었다. 완전히 뜯어 고쳐야 한다면 얼마의 돈이 드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머리가 아파졌다. 게시판이 있어 문제를 설명하고 언제쯤 오실 수 있는지 확인만 해두면 얼마나 편할까라는 상상을 해보았다. 실제로 이렇게 하는 분야가 많은데. 


조만간 폰포비아는 사어가 될지도 모른다. 전화 자체를 하지 않게 될지도 모르니까. 어서 빨리 그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물론 그에 따른 문제가 또 발생하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전화걸기는 낯설고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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