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뷔페 음식을 잘 먹는 요령
지금까지 뷔페에 가서 만족스러운 식사를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처음엔 양껏 먹을 생각으로 들뜨지만 두세 번 정도 돌고나면 배가 부르고 그 다음에는 무엇을 먹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서둘러 음료수나 과일을 먹고 나오곤 했다. 나이가 들면서는 더더욱 가지 않게 됐다.
넷플릭스는 뷔페다. 볼게 너무 많아 누구나 와하고 눈이 휘둥그레지지만 자칫 잘못하면 폐인이 되기 십상이다. 시리즈물이라도 볼라치면 서너 시간 아니 열 시간도 훅하고 지나간다. 다음 편을 보고 싶은 조바심에 계속을 외치다보면 어느새 눈을 충혈 되고 온몸은 피곤에 쩔게 된다.
뷔페 음식을 잘 먹는 요령은 간단하다. 사양음식 순서대로 하는 거다. 곧 전체, 본 음식, 후식 순으로 식사하면 된다. 예를 들어 스프나 채소로 속을 달랜 다음 입맛을 돋우는 샐러드를 먹고 스테이크나 고기 위주로 식사를 한 다음 디저트를 즐기는 식이다. 많은 음식의 유혹에 끌려 이것저것 눈에 보이는 대로 담다보면 맛도 느끼지 못하고 배만 차게 되는 것이다. 한 가지 더 팁을 들자면 평소 먹을 수 있거나 아무 때나 섭취가 가능한 음식은 피해라. 꼭 뷔페 가서 김밥이나 떡볶이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 아, 나는 왜 그러질 못했을까? 물로 한두 번 시도해본 적이 있다. 그러나 풍성한 음식 앞에 인내심을 잃곤 했다.
넷플릭스도 마찬가지다. 보이는 대로 다 감상할 생각하지 말고 일단 하루에 볼 시간을 정하라. 한 시간이면 한 시간 두 시간이면 두 시간씩. 단 세 시간을 넘기면 안 된다. 그러면 몰린다. 꼭 감상해야 할 영화나 드라마를 선정하고 천천히 조금씩 보면 된다. 예를 들어 시작은 시트콤이 좋다. 김씨네 편의점이나 빅뱅이론을 권한다. 한 회당 20분 분량이라 부담이 없다. 그 다음엔 본 요리.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나 갓 개봉한 영화가 딱이다. 킹덤이나 메시아를 골라 하루에 한 회씩만 보는 전략을 택하라. 영화는 결혼이야기나 로마, 아이리시맨 등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걸 골라야 본전을 뽑는다. 후식은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코미디가 최고다. 코난 쇼나 아는 형님, 맛있는 녀석들을 재미있는 부분만 골라서 낄낄 대면 어느새 제대로 된 코스를 마감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