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의 목적은 권위에 도전하는 한이 있더라도
당신 스스로 서는 법을 배우도록 하는 것이다.
_ 필립 딕, <출구는 안으로 향한다> 가운데
만약 과거와 미래 중 어느 곳으로 돌아가고 싶은지 물어본다면 어떤 답을 하실 것인가? 나는 현재가 좋다. 앞날이 궁금하기는 하나 인생의 전반전을 지낸 마당에 딱히 밝은 모습은 보기 힘들 것 같다. 그렇다고 살아온 날들로 돌아가자니 후회의 순간이 너무 많아 마땅치 않다. 나 같은 사람들 때문에 타임머신을 개발하지 않는 것일까?
그럼에도 만약 어느 시절로 가야만 한다면 시험 치는 날로 리턴하고 싶다. 전전긍긍하며 시험지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대신 시작종이 치지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멋지게 빈 답안지를 제출하고 교실 문을 나와 보고 싶어서다. 지나고 보면 시험은 백해무익했다. 졸업하고 나면 아니 끝나자마자 다 까먹을 내용을 왜 그리 들들 볶아가며 치렀는지.
온라인 개학을 했다. 중3과 고3을 필두로 순차적으로 문을 연다. 얼핏 보면 자유로울 것 같지만 인터넷 강의는 더 지옥 같을 듯싶다. 시험과 과제는 여전히 변함이 없을 테니까. 자기만의 학습 진로를 잡아 적절하게 진도를 나가는 방식은 요원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