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괴학자 정재승의 시선이 불편한 건 나뿐인가?


제발 그대로 좀 내버려 둬라 

보고 듣고 느끼고 기뻐하고 즐기고 우울하고 슬퍼하게 


방송국 놈들은 명창을 폭포 앞으로 데려갔다. 인간문화재는 아무 소리 하지 못하고 끌려가듯 따라갔다. 한 대목 불러보라고 시켰다. 아무 소리 하지 않고 목청을 돋우는 그 앞에 피디는 마이크를 대고 데시벨을 체크했다. 속된 말로 소리가 폭포를 뚫고 나올 수 있는지 실험한 것이다. 그 장면을 보고 화가 났다. 파바로티에게도 같은 짓을 시킬 수 있겠는가? 


정재승 씨가 참여한 <뇌로 보는 인간>이 교육방송에서 방영되고 있다. 총 5부작인데 이번 주 3부작이 끝났다. 관심은 있었지만 뇌 중심자의 논조가 마음에 들지 않아 보지 않았다. 그러다 세번째 예술과 뇌만 시청했다. 내가 좋아하는 뮤지컬 가수 마이클 리가 나왔기 때문이다. 접근 방식은 점잖았지만 진행과정은 역시 예상대로였다. 예술을 하는 과정에서 뇌는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부위별로 설명했다. 역겨웠다. 아무리 과학이 오만해도 예술에까지 그 잣대를 들이대며 실험을 하다니.


남은 주제는 두개다. 섹스와 종교. 작가들도 감히 건드리기 두려워한다는. 그러에도 정재승은 성스러운 명령을 거침없이 내린다. 성행위를 하는 동안 인간의 머릿속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교회나 절에서 예배를 볼 때 뇌안에서는 무슨 활동이 발생하는지를 알아내라. 과학의 호기심은 때로는 무모하면서도 어이없는 행동을 낳는다. 왜 하나님이 바벨탑을 무너뜨렸는지 절로 이해가 되는 기획 프로그램이다.


덧붙이는 말


나는 종교가 없으며 맹목적인 믿음보다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과학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각 영역은 나름의 가치가 있다고 확신한다. 어떤 한 쪽이 다른 분야를 해석하려는 시도는 극도로 부정한다. 춤추고 노래하고 섹스하고 신께 경배하는 사람의 뇌를 뒤져 과연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가? 과거 종교가 과학에 간섭하여 갈릴레오를 법정에 세운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의학적 진보를 위해서?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서? 헛소리 하지 마라. 과학의 우위를 앞세워 타 종족을 말살시키려 드는걸 모를거라고 생각한다면 오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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