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면 누구든 다른 사람보다 살아야 하는 이유가 더 많은 법이야. 나한테는 함께 잘 수 있는 귀여운 아가씨는 없지만, 해 질 녘에 리버사이드 도로를 따라 굴러가는 대형 화물차는 몇 번 더 보고 싶다고.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야. 살아서 무엇을 볼 수 있느냐, 그곳에 있을 수 있느냐가 문제지 - 그게 정말로 슬픈 거라고." _ 필립 딕, <시간 여행자를 위한 작은 배려> 가운데 _ 


2020년 4월 3일 현재 우리나라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로 세상을 등진 이들은 174명이다. 나이가 드신 분이든 기저질환이 있었든 혹은 다른 이유가 있든 한 분 한 분 다 안타깝다. 어느새 사망자 숫자에도 무덤덤해지고 있지만. 


누군들 살고 싶지 않겠냐마는 가장 애달픈 건 본인 아니겠는가? 우리가 드라마나 영화에 열광하는 이유도 다 자신을 대신해 고난을 겪는 이들을 보며 공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자기가 그 처지가 된다면 쉽게 웃고 울고 떠들고 즐길 수 없다. 어떤 이야기든 자신이 주인공이 되면 몰입감이 높아지게 마련이다. 존재가 사라진다는 두려움은 상상만으로도 말할 수 없이 먹먹한 기분을 들게 한다. 대재난으로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을 때 순간이나마 패닉에 빠지는 이유는 조금이나마 그 감정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잔인하게도 작가들은 그 찰나의 틈조차 놓치지 않고 기록으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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